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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세상읽기> 미래유산과 서울역 고가차도

	    		

* 날 짜 : 2014.12.16 (화) 

* 출 처 : 경향신문

 

 

1994년 남산 한옥마을에서 서울 정도 600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타임캡슐 묻기 행사가 열렸다. 타임캡슐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당대 서울의 생활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한 물건 1000개가 담겼다. TV, 녹음기, 무선호출기, VCR 등의 전자제품은 물론 당시 유행했던 의복과 신발, 라면 등의 음식물, 심지어 생리대까지. 타임캡슐 개봉 연도는 그때로부터 400년 후이자 서울 정도 1000년이 되는 2394년, 그런데 그때로부터 고작 20년밖에 안 지난 현시점에도 그 안에 담긴 물건 중 상당수는 일상생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게 돼 버렸다. 

타임캡슐을 묻는 ‘이벤트’가 처음 열린 것은 1939년 뉴욕 만국박람회 때로, 광속으로 발전하는 자본주의 물질문명에 대한 ‘선진국’ 국민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무렵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타임캡슐들에는 문명사적 성취의 증거물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생활 용품들이 더 많이 담기게 되었다. 이벤트 기획자들이 명료히 의식했건 아니건, 이런 변화의 배후에는 역사의 주인공을 영웅에서 보통 사람들로 ‘끌어내리는’ 민주주의적 역사의식의 변화가 있었다. 같은 무렵, 역사학에서도 미시사니 일상사니 생활사니 하는 분야가 새롭게 대두했다. 역사를 ‘승리한 자의 기록’에서 ‘자기표현에 서툴거나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의 기록’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식은, 사물을 보는 안목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념비적인 문화재뿐 아니라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사소한 물품들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박원순 시장 취임 직후부터 서울시는 ‘미래유산 사업’이라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일을 추진해왔다. 평범한 서울시민들의 집단적 추억과 사연이 담긴 건물, 시설, 명소, 사물들을 발굴하여 가급적 훼손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 전달하자는 사업이다. 넓게 보자면 타임캡슐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을 지표상에 고정시켜 보존하자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이 시대에 관한 정보들을 후대에 전하는 사업일 뿐 아니라, 이 시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어떤 것들에 의지하여 삶을 영위했고, 어떤 것들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였으며, 어떤 것들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성찰할 수 있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논란거리가 되어 있는 서울역 고가차도 ‘재활용’ 문제도 애초 미래유산 보존의 관점에서 제기된 것이다. 수명이 다해 더 이상 쓸 수 없는 서울역 고가차도를 ‘산업유산’으로 분류하여 미래 세대에 전달하자는 취지였다. 사실 1960~1970년대 ‘돌격건설’의 기치 아래 가히 열광적으로 건설되었던 보도육교들과 서울역 고가차도, 청계고가도로, 삼각지 입체교차로 등은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하고 서울을 입체 도시로 만든 고가 구조물들이었다. 매년 수출 목표액을 설정하고 그를 달성하기 위해 전 국민이 밤낮없이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달리던 시대의 산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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