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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세계유산 한양도성] 서울 600년 보물 뒤엔 ‘시민 지킴이’ 있다

	    		

[주민들의 생활터전으로 한양도성과 오랜 시간 애환을 함께 해온 성곽마을은 우리가 가꾸어 가야할 생활문화 자산이다. 시민순성관은 한양도성을 구간별로 나눠 모니터링하고 보존·관리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시계방향으로 성곽마을인 북정마을. 서울시 제공]

 

 

600여년간 서울의 울타리 역할을 해온 한양도성은 백성들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종루에 매달린 큰 종을 쳐서 성문 여닫는 시간을 알렸는데 새벽에는 33번, 저녁에는 28번을 쳤다. 새벽에 치는 종을 바라(파루·罷漏), 저녁에 치는 종을 인경(인정·人定)이라고 했다. 민가의 대문도 이 종소리에 맞춰 열리고 닫혔다고 하니 성문의 개폐 시간은 도성민의 생활리듬을 결정하는 기준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시험을 보러 온 선비들은 먼발치에서 한양도성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한양도성을 한 바퀴 돌며 과거급제를 비는 선비들도 많았다고 한다.

한양도성과 공존하는 ‘성곽마을’ 

도성 안에 살 수 없는 민초들은 성벽 바깥 가까운 곳에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그 마을이 지금까지 이어져 독특한 주거지 경관을 이루며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되고 있다. 

성곽마을이란 성곽에 120m내외로 연접해 도로, 지형 등으로 분리된 마을로서 성곽과 더불어 마을특성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주거지역을 말한다. 

1960년대 주택 개량이 이뤄지고 1990∼2000년대에는 공원 및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일부 주택지가 철거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한양도성과 더불어 성곽마을에 대한 도시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인식했다.

한양도성과 오랜 시간 애환을 함께 해온 성곽마을은 우리가 가꾸어 가야할 생활문화 자산이다. 현재 성곽마을 주민들은 생활 속에서 한양도성을 유지, 관리하며 성곽마을의 고유한 경관을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성북동의 앵두마을과 북정마을, 낙산 주변의 이화마을과 장수마을, 창의문 주변의 부암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백악구간 와룡공원 옆 도성 안쪽 길을 걷다보면 성북동으로 빠지는 암문이 나오는데 이 문 밖에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이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북정마을이다. 성벽 밑에 5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1960∼70년대 서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조선시대 왕궁의 메주를 만드는 권한이 있었다는 북정마을은 평소에 메주 쑤는 소리가 북적북적하게 들렸다는 이야기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도성의 북쪽인 이곳에 작은 우물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7월에는 북정마을 509가구의 주거환경 개선, 경제자립 등 종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32개 기업·단체가 ‘따뜻한 북정마을 만들기’ 사회공헌사업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마을 변신에 나섰다.

서울시는 2014년 6월 수립된 ‘한양도성 주변 성곽마을 보전관리 종합계획’을 근거로 같은 해 11월부터 9개 권역별 세부 실행계획 성격의 재생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9개 권역은 이화·충신권, 창신권, 삼선권, 명륜·혜화권, 성북권, 부암권, 행촌권, 다산권, 광희권이며 22개 마을이 있다. 

장수마을의 경우 2012년 5월∼2013년 12월 재생 시범사업이 추진되었으며 이후 성곽과 마을의 경관이 함께 관리되고 있다. 올해는 9월 충신권과 명륜·혜화권, 10월 부암권, 삼선권, 행촌권, 12월 다산권 등 6개권역 11개 마을의 재생계획이 수립돼 지역자산을 활용한 사회·경제·문화적 재생이 각각 추진된다. 기타 권역은 내년 주민역량강화사업이 우선 추진된 후 재생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한양도성 지킴이 ‘시민순성관’ 

조선 후기에 한양 성벽을 따라 유람하는 놀이가 유행했는데 이를 순성(巡城)이라고 한다. 한양의 지리와 풍물을 소개한 유득공의 ‘경도잡지(京都雜志)’에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다. 

“도성의 둘레는 40리 인데 이를 하루 만에 두루 돌면서 성 안팎의 꽃과 버들 감상하는 것을 좋은 구경거리로 여겼다. 이른 새벽에 오르기 시작하면 해질 무렵에 다 마치게 되는데 산길이 험하여 포기하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순성의 초기 형태는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왕명에서 시작됐다. 치안 유지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인 위협이 없었기 때문에 산을 넘고 골짜기를 건너면서 한가롭게 걷는 형태의 순성으로 바뀌었다. 18세기에 유행했던 순성이 풍류 중심이었다면 21세기의 순성은 운동이나 역사 체험에 가깝다. 

한양도성 시민순성관은 한양도성을 모니터링하고 보존·관리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로 조선시대 도성을 순찰하는 순성관에서 따왔다. 현재 205명이 위촉됐으며 300명을 목표로 9월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시민순성관은 한양도성을 총 6개 구간으로 나눠 구간별 책임제로 운영된다. 시민순성관의 역할은 한양도성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스토리텔링을 개발해 관광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또 세계유산 등재를 촉진하는 활동과 시민들 스스로 한양도성 보존·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 활동을 이끌어간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민순성관 60명을 대상으로 한양도성 보존·관리 분야 시민참여의 의미를 일깨우고, 성벽보존 및 모니터링 시스템, 목조 및 석조문화재 보호관리에 대해 안내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아울러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한양도성 가치를 인식하고 도성 보존·관리를 위한 현장 지킴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난달 서울거주 중·고교생 80명을 대상으로 낙산구간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는 앞으로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한양도성 보존·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 개발하고 순성관을 지속적으로 위촉할 계획이다. 

■골라 걷는 재미… 다양한 '순성프로그램' 

한양도성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다양한 순성프로그램이 있다. 

먼저 한양도성 전문해설사들과 함께 한양도성길을 걸으며 그 안에 담긴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상시 해설 프로그램으로는 백악(북악), 낙산, 남산, 인왕산 코스별로 서울시 문화관광해설사, 종로구·중구, 한국문화재단이 각각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주말 해설 프로그램은 매주 일요일(오후 1시30분∼오후 5시)에 진행된다. 한양도성을 4구간으로 나눠 예약제로 실시되며 완주하면 기념 배지도 받을 수 있다. 

말바위안내소, 흥인지문 관리소, 강북삼성병원 정문 보안실, 숭례문초소 우측 5m 등 4개 지점에서 도장을 찍어 구간 완주를 인정하는 스탬프 투어도 도전해볼 만하다. 

한양도성이 갖고 있는 다양한 매력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특정 주제에 따라 구성된 테마프로그램도 있다.

지난달 23∼26일 매일 저녁 백악구간, 낙산구간, 목멱구간, 인왕구간에서 2시간가량 달빛 아래 비치는 성곽과 주변 마을을 둘러보는 달빛기행이 진행됐다. 특히 야간 프로그램의 특성을 살려 작은 국악공연이 펼쳐져 운치를 더했다. 

이화·장수·북정 등 성곽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한양도성 성곽마을 투어' '명사와 함께하는 한양도성 힐링투어', 서울이 지닌 다양한 매력을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는 '외국인 친구와 함께하는 한양도성 투어' 등이 있다. 명사와 함께하는 한양도성 힐링투어는 도성 순성, 명사특강, 전문해설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함께 도성 길을 걷다보면 삶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된다. 2013년에는 엄홍길 산악대장이 힐링투어를 이끌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